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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그립다

한 달 전에 아버지 제사가 있어서 시골집에 다녀오게 되었는데 집안은 형제들이 모여 제사상 음식을 만들고 왁자지껄하며 분주하기 그지없었다. 예전 같은 모습을 본 것 같았다. 모처럼 만나게 된 기쁨으로 다들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허전한 빈자리가 있어서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기만 했다. 그 빈자리가 어머니 자리였던 것이다. 항상 집에 가면 어머니가 버선발로 자식을 맞이해 주셨고 손주들도 가슴에 품어 반겼고 늘 웃음꽃이 만발하였다. 그런 시간들이 살아온 시절이었다. 이제는 그런 정겹고 반가움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어머니는 8남매(2남 6녀)의 자식을 애지중지하며 키우시면서 자신은 먹을 것, 입을 것을 멀리하고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맛있는 것을 먼저 먹이고 좋은 옷 입히려고 애쓰셨던 어린 시절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정말 어머니 보고 싶어요."라고 외쳐본다. '어머니'라고 부르면 금방이라도 부엌에서 툭 튀어나올 것 같은 내 그리운 어머니!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어머니는 지난해 11월 13일 새벽녘 88세의 일기로 우리의 곁을 영영 떠나 저 하늘나라로 먼 길을 떠나셨다. 저 먼 나라에서 지켜보시리라 생각하니 어머니가 더욱 보고 싶고 그리워진다.

어머니의 헌신과 사랑

2000년 6월 아버지를 일찍 여의시고 23여 년을 홀로 지내시면서 자식 사랑에 애쓰시고 튼튼한 가정을 일구시는데 현모양처로서 손색이 없었다. 옛날 같았으면 효부상이라도 받았을 어머니! 누구보다도 첫새벽에 일어나 논밭일을 마다않고 손발이 부르트게 일하시고 동네 일손이라면 앞다퉈 가서 도우셨다. 동네 궂은일은 다 찾아다니시면서 정작 자신의 몸은 뒷전으로 하시고 만신창이가 되도록 고생만 하셨다. 그런 어머니에게 찾아올 것이 찾아오고 만 것이다.

어머니의 마지막 생신

그날은 어머니 생신이었는데 점심때 생일상을 거나하게 차려 축하를 해드렸다. 즐거운 시간 속에서 지냈고, 장거리에서 온 자식들은 거의 떠나가고 남은 가족들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주무시다가 새벽녘 화장실에 갔다가 일어서시면서 쓰러지셨다. 쿵 하는 소리에 모두 잠결에 일어나게 되었고, 심폐소생술로 겨우 위기를 모면하게 되었다. 날이 밝아 가까운 동네 병원으로 내원했는데, 의사는 다행히 큰 이상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건강검진 결과 치매 초기증상이 보인다고 해서 가까운 노인전문요양원에 모시기로 형제들과 의견을 나누었다.

요양원에서의 생활

한 달여 시간이 흘러 어머니의 치매 증세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말도 어눌하고, 하시던 말을 또 하고, 밥을 먹었다고 또 밥 달라 하시고, TV 리모컨이나 집안 물건들을 하나씩 숨기시기 시작했다. 대소변도 점차 가리기 어려워지셔서 기저귀를 차시게 되었다. 결국 요양원으로 옮기기로 하고 2015년 5월 어느 날 119 응급차를 불러 정든 집을 멀리 하게 되었다. 집안은 온통 울음바다였고, 가까운 동네 지인들도 눈물을 보이며 위로해주었다.

요양원에 입원시키고 병원 측의 요구로 3개월 동안 면회를 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가족들 왕래 때문에 자꾸 집에 가고 싶어 하는 욕구를 줄이기 위함이었다. 3개월이 지나 첫 면회를 갔을 때 어머니는 자식들을 보자마자 '나 집에 가고 싶다. 나 좀 데려가주라' 하셨다. 그 말에 마음이 저리고 찢어지는 가슴을 움켜쥐며 한없이 나오는 눈물이 끊이지 않았다.

어머니를 그리며

그 이후로 8남매가 매주 토요일이면 순번을 정해 어머니를 찾아뵈었고, 명절이나 생신 때에는 전가족이 요양원에 모였다. 어머니도 어느 정도 생활에 적응하시어 반갑게 맞이해 주셨고, 모습이 밝아지셔서 다행이었다. 입원한지 6년째 되던 지난해 2021년, 어머니는 몸도 쇠약해지시고 큰아들과 가까이 사는 셋째 딸만 알아보시게 되었다. 그 외 자식들이나 손자손녀는 컨디션이 좋을 때만 알아보시고, 그렇지 않으면 웃고만 계셨다.

날이 갈수록 건강상황은 심각해지셨다. 예전의 모습은 이제 5%도 남지 않은 것 같았다. 과거의 시골생활이 생각난다. 아버지, 어머니, 8남매가 오손도손 살아왔던 어린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어머니 은혜라는 노래 가사처럼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때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고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라는 구절이 떠오른다.

추억 속의 어머니

보리밥 먹고 된장에 고추 찍어 먹던 보리고개 시절이 새삼 추억의 일면을 보여준다. 학교생활이 끝나고 집에 오면 어김없이 어머니는 우리를 반기시며 보리개떡도 만들어주시고 강냉이죽도 써주시며 쌈지돈을 서슴없이 내주셨다. 남부럽지 않게 살았던 그 시절이 이제는 아쉽기만 하다.

어머니의 맑고 밝은 모습을 그리며 옛 추억을 되새겨본다. 어머니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어머니는 우리 가족에게 에베레스트산보다 더 큰 존재였음을 자랑으로 삼는다. 지난해 임종 전까지 어머니는 2~3년 동안 무언으로 지내시다가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셨다. 그리운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수천만 번을 불러봐도 이 아름다운 '어머니'라는 글귀는 무엇보다도 고귀하고 아름답다.

이 세상을 떠난 지 이제 8개월여 지났는데도 어머니가 보고 싶고 그립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이제 저 넓은 세상에서 마음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둘째 아들이 그리운 어머니에게